건축가 이명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노년의 행복한 집에 대한 에세이를 써보려 한다. 흔히 집은 재산, 환금성,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한 집은 이러한 외적인 요소가 아닌, '나'를 위한 공간, 삶의 중심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기는 곳이다.
우리는 흔히 집의 크기를 '몇 평'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면적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누구에게는 넓은 집이 편안함을 주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면적이 아닌, '나'에게 필요한 공간, '나'의 삶에 맞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수'를 신분이나 등급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우리가 집에서 실제로 점유하는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책상, 침대 등 개인적인 공간은 몇 평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공간은 짐이 차지하고 있다. 즉 우리는 '집'보다 '짐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수납하느냔에 따라 좁은 집을 넓게, 넓은 집을 좁게 쓸 수도 있다.
건축 현장에서 짐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고 한다. 결국 짐에 공간을 내어주고 자신은 좁은 공간에 움츠려 사는 것이다. 집을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남의 사례가 아닌 '나'에 대한 파악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집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잠만 자고 TV만 보는 사람에게 넓은 집은 필요하지 않다. 반면 공작이나 목공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자기 인생을 살듯이 집도 '자기 집'에서 살아야 한다. 즉, 자신을 파악하고 자신의 삶에 맞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집이 제사, 잔치 등 공적인 기능을 많이 수행했지만, 현대에는 사적인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거실은 줄어들고 주방은 넓어지는 추세이며, 공간의 기능과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넓은 것이 죄악이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넓을 필요는 없다. 각자의 기능에 맞는 적절한 공간이 중요하다.
건축가 이영남도 아이들이 독립한 한 자신의 집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이사를 위해 짐을 꺼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짐이 나왔고, 그중에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물건들도 있었다. 부부의 생활 패턴에 맞는 적절한 크기는 국민 주택 규모인 25평 정도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의 세팅은 정해져 있다. 침실에는 침대, 부엌에는 식탁, 거실에는 소파, 중요한 것은 나머지 물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납하느냐이다. 깊은 창고보다는 옆으로 넓고, 폭이 얕은 선반이나 벽장을 만들어 모든 물건을 쉽게 파악하고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집 설계를 의뢰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살았던 집이나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축가와의 대화를 통해 불필요한 공간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어떤 경우에는 45평으로 계획했던 집을 20평으로 줄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일생 동안 쌓아온 짐을 정리하는 것이다. 5 년, 10 년 동안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소파 역시 대표적으로 버려지는 물건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3대가 10평 집에서 살기도 했지만, 그때는 공간이 특정되어 있지 않았다. 책상을 펴면 서재가 되고, 이불을 깔면 침실이 되는 다기능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특정 공간으로 나뉘고 가구의 크기가 커지면서 오히려 사람이 가구에 맞춰 사는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소파를 치우고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등 공간을 재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건을 버릴 때는 효용을 따져봐야 한다. 몇 년 이내에 사용했는지,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1 년 정도의 생활을 반추해 보면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걱정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욕구와 관련 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은 인생을 삼등분했을 때, 부모님 보살핌을 받는 시기, 아이들을 키우는 시기 다음으로 비로소 '자기 인생'을 살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이때 자신의 공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건축가는 설계를 통해 단순히 멋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집을 제시한다. 이황의 도산서당처럼, 자신의 철학을 담은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생각, 자신의 삶의 방식 등을 집에 담으면 그것이 바로 '나의 집', '좋은 집'이 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가족의 개년이 많이 바뀌었다. 혼자 사는 사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좁은 공간에 맞는 가구와 용품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ㅅ람들은 어떤 공간이든 자신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수납공간, 동선 등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공간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을 고를 때는 안전, 편의, 직장과의 거리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곳만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교육 때문에 이사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발품을 팔면 의외로 좋은 곳을 찾을 수 있다. 집은 편안함, 휴식, 단란함, 생활의 기반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재산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떠나 집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닌, '나'를 위한 집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의 행복한 집은 바로 '나'를 위한 공간, 삶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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